2009. 5. 24. 17:57

#.17

Hx./일상관찰기록 2009. 5. 24. 17:57
요즘 부쩍 욕이 늘고 있다- 여자는 그리 생각했다.

"..그러니 조금 계셔보세요."

그리 말하고 뒤돌아서며 소리없이 욕을 뱉어낸다. 유난스럽기는.
근래에 들어 왜이리도 부산스러워지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찾고, 저기서 튀어나오고..
그녀의 몸뚱이는 하나고 그네들은 열여덟. 옆에 붙은 것까지 치면 그 이상.
몇 시에 좀 챙겨주세요, 왜 그럴까?, 이거 괜찮아요? -하나하나가 끔찍하다.


+ + +


- 내 생각엔 2, 3년 더 있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사실 나쁜 의견은 아니다.
여자, 스스로도 생각한 부분이기도 했다.
모두 어렵다고 하는 시대다. 비록 여자는 운이 좋아, 혹은 시류에 적절히 편승한 탓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난히 직장을 얻었고, 일하고 있다. 그런 현재를 벗어나 '모두'의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 어쩌면 후회밖에 남기지 않는게 아닐까, 두려웠다.
그녀의 미래 계획에 대해 누군가는, 배가 불렀다고 평한다.
그래, 현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다고 말할 것은 아니지만 '일'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좋기 힘든게 아니던가. 그리고 따지고보면 여기나, 거기나, 어느 곳이나 힘들긴 마찮가지고 각자의 불평불만은 다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힘들다고, 다른 것들 염두에 둔다는 것은 확실히 배가 불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있어야할까.
불규칙한 시간,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쥐꼽같은 시간..
감내할 수도 있다. 눈 딱 감고.
일 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가끔은 영화 보고, 가끔은 외식도 하고.
그렇게. 가만히.

사람은 왜 먹어야될까. 사람은 왜 잠을 자야할까.
그냥 홀가분하니 떠나버리고 싶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침대에 녹아내려붙고 싶다. 그냥..
하지만 혼자 있을 공간따윈 없다.
도망쳐오듯, 바삐 돌아온 방에도 누군가가 있을뿐이다. 그 인기척조차 지겹다.

다음 휴일엔 어디론가 떠나볼까. 일단 디카를 하나 살까- 싶기도 하다.
많은 것들이 보고 싶기도 하다.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냥, 갑갑했다.
2009. 5. 3. 23:43

#.16

Hx./일상관찰기록 2009. 5. 3. 23:43
이기적인 행동이다.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 주제에- 떠보고, 확인하고.
하지만.. 가진 것이 그것뿐이라. 여유가 없는지라. 변명같게도 그러고말아버려.
미안해-
여자는 그리 말할 뿐이었다.
2009. 4. 28. 17:24

#.15

Hx./일상관찰기록 2009. 4. 28. 17:24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시선을 둔 것 뿐인데..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어떠한 충동이 들 정도로.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그것이 최선이자 최상. -여자는 그렇게 되뇌었다.
그 때에도, 홀로 돌아오는 그 길에도.
2009. 3. 27. 21:00

#.14

Hx./일상관찰기록 2009. 3. 27. 21:00
여자는 언제나 그리고 있었다.
그 말을 하게 될 그 때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하지만 아직 200일, 4800시간이 넘는 시간이 눈 앞에 있었다.
2009. 3. 16. 03:59

#.13

Hx./일상관찰기록 2009. 3. 16. 03:59
목 안쪽으로 넘어가는 맥주가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술이 먹을만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자신도, 이렇게 변해가는가보다-하는 마음에, 여자는 썩 달갑지 않았다.
하긴 뭐..
끔찍히도 싫어하지만, 즐겨봤던 만화들 덕에 갖게 된 구름과자에 대한 미묘한 환상마저 깊어지는 판에.
최근들어 그것을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