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6. 20:37

#.07

Hx./일상관찰기록 2008. 12. 16. 20:37
여자는 조심스레 상자 안으로 손을 넣어 종이를 골라내었다.
무심함 반, 기대 반.
손가락으로 얽혀들었던 몇 장의 종이를 뿌리쳐내고, 딱 하나 집어든 그 것에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무슨 일이든 감사하라

언제 듣더라도 옳은 말일테지만.
여자가 놓여진 현재에서, 무척이나 적절하고 어느 때보다 더욱 와닿는 그 말에..
미묘한 운명..같은 것을 느끼다 못해, 빈정 상할 지경이었다.
2008. 11. 23. 09:08

#.06

Hx./일상관찰기록 2008. 11. 23. 09:08
여자는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일을 해야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누군가는 네가 성장하기 위한, 눈물로 수업료를 치르며 수업을 받고 있는거라고..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나쁜 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일까?
여자 스스로 생각해보기에는-
누군가를 헐뜯는 일,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서서 미소 짓는 일.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 없이, 그저 깎아내리고 깎아내리는 일만 접할 뿐이었다.
2008. 11. 15. 17:28

#.05

Hx./일상관찰기록 2008. 11. 15. 17:28
"다 컸는 줄 알았는데. 너도, 나도 아직은 자랄 일이 남았나보다."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다가온 손이 왼쪽 뺨을 감쌌다.
그 손의 따스한 온기에, 여자의 눈꼬리에 매달린 물방울을 훔쳐내는 다정함에, 더욱 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08. 11. 14. 10:51

#.04

Hx./일상관찰기록 2008. 11. 14. 10:51
누군가와 부딪히고 얽혀들어, 감정을 소모 하는 것이 피곤했다.

차라리 동등한 입장이라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란 것은 왜 이리도 누군가의 위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누리는 것을 왜 이리도 좋아하는지..
깍아내리고, 깍아내리고, 깍아내리고, 깍아내리고..
자신이 가루만 남겨져,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2008. 11. 11. 14:46

#.03

Hx./일상관찰기록 2008. 11. 11. 14:46
―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조각들이 하나, 둘 모여- 언젠가는 온전하게 완성되는 거야.
 시간이 쌓여가는 걸..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

옳은 말.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도 아득하게만 느껴져서.. 눈앞이 젖어들어갔다.